'더 글로리 파트 2'가 공개된 지도 어느덧 9일이 지났다. 하지만 여전히 '더 글로리'를 향한 끝없는 분석과 해석들이 커뮤니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오늘은 예전 글에도 다루었던 주여정 병원에 '701호 윤정환 할아버지'에 대한 얘기를 해볼까 한다. 그의 정체를 떠나서 그의 죽음이 필요했던 이유를 알아보자.
주여정과 윤정환 할아버지
주여정과 701호 윤정환 환자와의 관계는 흡사 '할아버지와 친근한 손자'를 방불케 한다. 주여정과 윤정환 할아버지가 서로 티격태격하는 장면들은 주여정이 차가운 의사가 아닌 환자들을 인간적으로 대해주는 따뜻한 의사라는 것을 보여준다. 그러다 윤정환 할아버지가 간호사의 믹스 커피를 못 마시게 막은 점이 마음에 걸렸던 주여정이 커피를 사들고 701호 병실을 찾아왔을 때, 윤정환 할아버지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
윤정환 할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
주여정은 자신이 사랑했던 사람들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두 번 목격하게 된다. 첫 번째는 자신의 아버지였고 두 번째가 윤정환 할아버지라고 볼 수 있다. 주여정은 자신의 손에 뜨거운 커피가 흐르고 있는지도 모를 정도로 윤정환의 죽음에 강한 충격을 받는다. 생각해 보면, '더 글로리 파트 2'에서 조차도 윤정환 할아버지에 대한 얘기는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그렇다면, 윤정환 할아버지의 죽음을 굳이 연출한 의도와 그것이 가져온 변화는 무엇이었을까?
701호 윤정환 할아버지의 죽음이 필요했던 이유
주여정은 문동은의 화상 자국을 보게 되면서 동은의 복수를 돕는 '칼 춤추는 망나니'가 되어주겠다고 말한다. 이어서 "누구부터 죽여줄까요"라며 동은의 강력한 조력자가 되어줄 것을 피력한다. 나는 생각했다. "문동은을 사랑하는 마음은 알겠지만 화상 자국을 본 것만으로 칼 춤추는 망나니가 되겠다고?" 오직 문동은의 화상 자국만으로 문동은의 복수를 도와주겠다는 것은 내 입장에서 다소 설득력이 부족했다. 주여정은 '멘사(mensa)'에 가입되어 있을 정도로 똑똑한 인물이며 자신을 아껴주는 어머니와 든든한 직장이 있는 인물이다. 누군가의 복수를 도와주겠다는 것은 어쩌면 문동은을 위해서도 자신을 위해서도 옳은 선택이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이 지점에서 우리가 잊고 있던 '701호 환자, 윤정환 할아버지'의 죽음이 필요했던 것이다. 주여정은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과 윤정환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인해 후회와 무력감을 느꼈을 것이다. 아버지를 살해한 강연천으로 인해 정신적 트라우마를 겪으면서도 자신과 자신의 어머니를 위해 나름 '이성적으로' 살아왔지만 윤정환 할아버지의 죽음으로 그의 '마인드 셋'이 바뀐 것이다. 자신에게 남아있는 소중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는 "어머니나 문동은도 갑자기 죽을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그는 이성이 아닌 본능과 다시는 후회하지 않겠다는 일념으로 문동은의 화상자국을 보고 그녀의 복수를 돕겠다고 나서게 된 것이다. 윤정환 할아버지의 죽음은 주여정이 문동은의 복수를 돕게 만드는 장치로 꼭 필요했던 것이다.
더 글로리(The Glory) 파트2 스포 '주여정'과 '문동은'의 만남은 '윤소희'가 이어 준 운명이다. (이 글은 성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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