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 음악을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해본 고민이 있다. "래퍼가 좋을까, 프로듀서가 좋을까?"하나씩 살펴보자. 래퍼는 아무래도 '플레이어'다. 직접 곡의 주인이 돼서 가창을 한다. 반면, 프로듀서는 래퍼를 서포트해주는 느낌이다. 자신의 음악을 멋있게 소화해주는 래퍼는 프로듀서에게는 복덩이인셈이다. 서로 밀접한 관계에 있지만 그 차이는 명확하다. 당신이라면 어느 쪽을 택하겠는가?
나는 래퍼로서 꽤 오래 활동을 했다. 그 기간을 떠올려보자면, 나의 선택은 '프로듀서'다. 랩을 몇 년 동안 하면서 늘 느꼈던 건, "아 역시 프로듀서가 짱이구나"다. 프로듀서는 래퍼가 없어도 앨범을 발매할 수 있다. 하지만 래퍼는 프로듀서가 없다면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 작곡을 하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며 수많은 트랙들을 관리하는 것 또한 만만치 않은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래퍼가 되는 것보다 훨씬 더 '전문성'을 필요로 하며 그것은 오랜 기간의 노력으로 만들어진다. 물론, 요즘은 누구나 '비트 메이킹'을 하고 있지만 그 수준 차이는 명확하다.
랩을 잘한다고 래퍼로서 성공하는게 아니다. 래퍼로서 막대한 수익을 벌어들이는 래퍼들 중에는 랩을 못 하는 녀석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프로듀서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래퍼들을 성공시킨다. 그만큼 프로듀서들은 전문성을 가지며 실력이 부족하면 성공할 수 없다. 그런 자리이기 때문에 그들은 일단 성공하기만 하면 꽤나 안정적인 활동과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 음악을 팔 수도 있고, 협업을 할 수도 있고, 강의를 할 수도 있다.
쇼미 더머니를 통해 스타가 된 래퍼들이 많다. 그중에서도 꾸준한 활동으로 커리어를 이어가는 래퍼가 있는 반면, 잠깐 빛났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래퍼들이 있다. 래퍼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음악을 정말 잘해야 되거나, 음악을 정말 잘하는 프로듀서를 곁에 두고 꾸준히 자신의 재능을 펼쳐야만 한다. 나에게 래퍼라는 직업은 도박과도 같다. 나의 선택은 프로듀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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