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래퍼가 장래희망인 자녀가 있다면 뜯어 말려야 되는 이유

by ☈℃⚀♦︎✒︎♰ 2023. 7. 18.

선글라스를 끼고 랩을 하고 있는 남성 래퍼의 모습
마이크 앞에서 랩을 하는 래퍼의 모습

2022년을 마지막으로 대한민국의 힙합 열풍을 주도했던 '쇼미 더머니'가 시즌 11을 끝으로 사실상 종영되었다. 꽤 오랜 기간 수많은 랩 스타들이 탄생했으며 이 중 상당수는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졌다. 최신 유행과 매스미디어에 예민한 청소년들 중 상당수가 자신의 장래희망으로 래퍼를 꼽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그들의 꿈과 도전을 지지하지만 그들의 부모님에게 냉혹한 진실을 알려주고 싶다.

 

한국 래퍼들이 성공할 방법은 단 2가지

 

 

 

힙합의 기원이라든지 한국 문화에서 랩이라는 장르가 가지는 한계라든지 하는 추상적인 얘기는 거두절미하겠다. 한국에서 래퍼로서 성공하려면 쇼미 더머니에서 큰 주목을 받아야 되거나 그게 아니라면 유명 래퍼들이나 프로듀서들과 친해지는 방법 밖에 없다. 이게 현실이다. 대한민국은 인구 대비 정말 실력이 출중한 래퍼들과 재능 있는 아티스트들이 많다. 그럼에도 그들의 흥망성쇠를 가르는 것이 단순히 실력일까? 아니다. 한국에서 래퍼로서의 성공은 연예인으로서의 성공과 방식이 동일하다고 보면 된다.

 

한국 래퍼들의 수입원

미국 같이 거대한 시장을 가진 곳은 래퍼들이 자신들의 고향이나 특정 지역에서만 활동을 해도 어마어마한 수입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한국의 상황은 다르다. 동내에서 랩 좀 잘한다고 인정받고 먹고살 수 있을까? 아니다. 전 국민의 관심과 집중을 받아야 한다. 그냥 연예인이 되는 수밖에 없다. 래퍼라는 정체성만으로도 대한민국에서 먹고살 수 없다. 예를 들어주겠다. 지금 대한민국 래퍼들의 수입원이 저작권료나 공연 수입이라고 생각되는가? 아니다. 몇몇 극 소수 래퍼들을 제외하고는 저작권료, 공연 수입을 고정적으로 벌어들이지 못한다. 더욱이 코로나 시대를 거쳐가며 한국 힙합의 언더그라운드 공연들도 대부분 사라졌다. 사실 이런 공연들을 한다고 해도 생계유지에는 택도 없다. 요즘 누가 공연을 보러 가는가? 특히 힙합 공연을 말이다. 그나마 인지도가 있다는 래퍼들의 주 수입원은 고작 '레슨'이다. 래퍼를 꿈꾸는 아이들에게 랩 레슨을 해주고 그들의 학부모로부터 레슨비를 받는 것이 그들의 생계유지 방법이다. 당신들의 자녀가 꿈꾸는 래퍼들의 현주소다.

 

 

 

내가 한국에서 10년 동안 랩을 하며 느낀 점

나는 20대 때 꽤나 활발하게 래퍼로 활동했다. 유명 래퍼들도 내 이름을 알아주기 시작했고 나 또한 그 기대에 저버리지 않게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나의 인격적 소양과 그릇도 부족했을뿐더러 음악적 역량도 출중하지 못했다. 그렇게 나는 잊혔다. 누구의 방해도 없었고 한국 시장을 탓할 것도 없었다. 그저 내가 스스로 내리막길을 걸었을 뿐이다. 그럼에도 나는 그 시간 동안 좋은 사람들도 많이 만났고 행복한 추억들도 쌓았기에 후회는 전혀 없다. 나는 원 없이 랩을 했었기 때문이다. 래퍼로서 활동했던 기억에 후회가 없는 내가 굳이 남의 자녀가 랩을 한다는 것을 막을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완곡하게 말하는 것은 어중간한 각오로 한국에서 랩 할 생각은 하지 말라는 것이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다. 유튜브가 전부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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